번역서리뷰
베트남에도 『춘향전』이 있다

-베트남어역 『심청전·춘향전』

  • 번역서리뷰
  • 2022년 봄호 (통권 83호)
베트남에도 『춘향전』이 있다

-베트남어역 『심청전·춘향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비교문학 연구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특히 동아시아 문학 비교는 현재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으며, 한-베트남의 역사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양국의 문학 비교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비교문학을 가능하게 하는 것 중 중요한 요소가 번역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0년 베트남 문학출판사에서 나온 『춘향전·심청전』은 큰 의미를 갖는다. 리쑤언쭝 외 3명이 공동번역한 것인데, 춘향전과 심청전은 여러 이본이 있어서 다양한 번역본이 나오는 것은 독자에게 더 없는 선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춘향전이 베트남에 소개된 것은 1968년도에 하노이에서 출판되었을 때인데, 번역자가 따로 기록되지 않았다. 아마도 북한 사람에 의해 번역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그 책의 소장자가 말했다. 다음으로는 1994년 필자가 번역한 책이 사회과학출판사에서 나왔고, 1998년에 수정판을 부산외대출판사에서 발간했다.

베트남에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문학 작품이 있다. 그리고 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특정한 의미의 일반 명사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호안트’는 질투의 화신으로 이해한다. 남편이 거둔 첩을 모질게 다룬 여성이다. 또 ‘마잠싱’은 인신매매범이다. 신문에서 인신매매범 관련 기사를 쓰면서 ‘마잠싱’이라고 쓰기도 한다. 인신매매범이라는 단어가 없어서 이 얘기의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신문기사를 이해할 수 없다.

이와 견줄 수 있는 우리나라 작품이 『춘향전』이 아닌가 싶다. 출현 시기도 유사하고 당시의 역사적 배경도 봉건왕조 시대라는 유사한 점이 있다. 필자가 일부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춘향전』을 모르는 학생은 없지만, 책으로 전체 내용을 읽은 학생은 많지 않았다.

베트남에 ‘끼에우학’이 있다면 한국에는 ‘춘향학’이 있다. 용모와 재능이 뛰어난 여성 ‘끼에우’와 ‘춘향’은 갖은 고난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실을 본다.

흥미로운 것은 베트남에도 『춘향전』이 있다는 것이다. 「춘향 아씨」라는 제목의 이 베트남 민담은 우리의 『춘향전』과 너무나 유사하여, 실제로 ‘이 얘기가 베트남의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런 의문을 제기한 학자는 러시아의 베트남 문학 연구자인 니쿨린이다. 그가 베트남 문학 저널에 이 문제에 관한 글을 기고하면서부터 이 작품의 출처에 관해 관심을 끌게 되었다.

베트남판 춘향전이 베트남에 널리 소개되기 시작한 계기는 『베트남 민담집』을 집대성한 응웬동찌 교수(1914-1984)로부터라고 얘기할 수 있다. 『베트남 민담집』은 1958년에 1권과 2권이 출판되었고, 1982년에 5권이 완성되었다. 이 책 제5권 168번째 얘기에 「춘향아씨전」이 소개되었다.

그런데 응웬동찌 교수는 이 「춘향아씨전」의 출처로, 티쏘(H. Tissot)의 글을 인용했다고 주석을 달아 놓았다. 그리고 해설에서 그는 조선과학 한림원에서 1956년에 출판한 조선문학통사를 근거로 춘향전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우리의 이 얘기가 아마도 여기(한국의 춘향전)에서 유래된 것 같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의 『춘향전』이 베트남에 전파되었을까?

니쿨린은 일본에서 한국인과 베트남인의 접촉 가능성을 제기했다. 1905년에서 1908년 사이에 동유운동(東遊運動)이라는 이름으로 약 200여 명의 베트남 청년들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1908년 9월, 일본 정부로부터 축출당해 일본을 떠났고, 1908년 후반과 1909년 초반 사이에 대부분의 베트남 유학생들이 베트남으로 귀국하거나 중국, 홍콩, 태국 등지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티쏘는 춘향전을 기록한 연도가 1910년이라고 기록했다. 따라서 그가 직접 조선인으로부터 춘향전을 들었을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일본에서 공부했던 유학생으로부터 태국, 일본 등에서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겠다.

이번에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베트남에서 발간된 『심청전·춘향전』은 한국의 『춘향전』과 베트남 『춘향전』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우리나라의 고전을 이해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판 『춘향전』이 한국의 『춘향전』에서 온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 베트남어역 『THẨM THANH TRUYỆN VÀ XUÂN HƯƠNG TRUYỆN(심청전·춘향전)』은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을 받아 이춘중·르엉홍하잉·웬옥마이·판티와잉의 번역으로 2021년 베트남 나남(nha nam)에서 발간되었다.

배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교수
저서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 역서 『시인, 강을 건너다』 『하얀 아오자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