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작가 온라인 대화
③문학의 따듯함

  • 한중 작가 온라인 대화
  • 2021년 가을호 (통권 81호)
③문학의 따듯함

2017년,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저는 미래사무관리국이라는 중국의 한 SF 단체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미래사무관리국에서는 한국의 환상문학 웹진《거울》과 함께, 한국과 중국의 SF 단편을 매달 교환하여 소개하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저는 이 이벤트로, 류츠신(劉慈欣) 작가의 『삼체』 이후로, 처음으로 중국의 SF 소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훌륭한 작가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완샹펑녠(万象峰年), 탕페이(糖匪), 판하이톈(潘海天), 장보(江波), 자오하이홍(趙海虹), 하오허(郝赫), 텅예(滕野)와 같은 작가들을요.

이후 저는 미래사무관리국의 초대를 받아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 SF 컨벤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또한 제 첫 중국 방문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읽은 소설을 쓴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성별이나 나이나 외모는 물론, 살아온 이력도, 성격도 알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 사람들도 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단지 제가 중국에 보낸 두 편의 짧은 단편을 보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중국에서 작가 몇 분을 만났을 때, 우리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기쁘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해 아는 바도 없었지만, 오래 알던 사람처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었고, 함께 있는 것을 기꺼워했습니다.

이것이 문학의 신비입니다. 문학의 따듯함입니다.

 

 

우리는 때로 모르는 이들에게 편견을 갖고, 험한 말을 하고, 근거 없이 쉽사리 차별적인 언어를 입에 담곤 합니다.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을 것이며, 전해진다 해도 내게 도달하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게서 나온 말이 나를 해치지 않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만날 일이 없는 사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이 거리감을 간단히 넘어서게 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느끼게 해 줍니다.

문학이 전하는 것은 한 사람의 마음의 깊이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의 깊이는 그 사람이 사는 세상 전체의 깊이입니다. 문학은 우리가 같은 사람이고, 이 지구라는 마을에 함께 사는 사람임을 간단히 이해하게 합니다.

이것이 문학의 신비입니다. 문학의 따듯함입니다.

저는 중국의 작가들이 쓴 소설을 읽으며, 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생각의 형태를, 그리고 그 생각 저변에 흐르는 오랜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래자리를 본 사람」이 아버지를 말할 때, 그 사람이 사는 세상의 가족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기아의 탑」이 재난을 말할 때, 그 사람이 사는 세상의 사람들이 위기와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빙하시대 연대기」가 미래를 말할 때, 그 사람이 사는 세상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세계를, 또한 바라고 소망하는 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위안위안의 비눗방울」이 희망을 말할 때, 또한 그 사람이 사는 세상의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분들이 그려내는 세상이 내가 사는 곳과 얼마나 닮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기나긴 역사를 함께 헤쳐 왔고, 다른 나라에 있으나 아주 가까이 있으며, 긴 세월을 함께 살아왔음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여러 중국의 독자들이 말해주었습니다. 이처럼 닮은 문화를 갖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어째서 우리는 모든 면에서 너무나 다른 서양의 소설만을 읽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고요.

인터넷으로 나라가 연결되고 세상이 연결되면서 우리는 더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차별과 혐오 또한 같이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간혹 생각합니다. 역사를 가만 지켜보면, 실상 대부분의 것들이 세월과 함께 사라집니다. 오래 남아 기억되는 것은 언제나 예술과 창작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고 아름다운 창작만이 지켜집니다. 그러니 차별과 혐오는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기억되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좋고, 아름답고, 사려깊은 말들만이 남아 후세에 전할 것입니다.

내년이 중국과 한국의 수교 30주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바, 중국과 한국의 수교는 역사가 존재한 이래 이어져 왔습니다. 우리는 때로 서로 배우고, 때로 서로 부딪치며 함께 살아왔습니다. 문학은 이 단순한 사실을 간단히 느끼게 해 줍니다. 앞으로도 문학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사람의 마음을 녹이기를 바랍니다. 서로의 마음의 깊이를 전하기를 바랍니다.

 

김보영
소설가, 1975년생
장편소설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천국보다 성스러운』 『저 이승의 선지자』 『7인의 집행관』, 소설집 『얼마나 닮았는가』 『역병의 바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