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글판
발꿈치를 들어요 첫눈이 내려올 자리를 만들어요

- 이원, 「이것은 사랑의 노래」

  • 광화문글판
  • 2023년 겨울호 (통권 90호)
발꿈치를 들어요 첫눈이 내려올 자리를 만들어요

- 이원, 「이것은 사랑의 노래」

이것은 사랑의 노래

언덕을 따라 걸었어요 언덕은 없는데 언덕을 걸었어요 나타날지도 모르잖아요

양말은 주머니에 넣고 왔어요 발목에 곱게 접어줄 거예요 흰 새여 울지 말아요

바람이에요 처음 보는 청색이에요 뒤덮었어요 언덕은 아직 그곳에 있어요

가느다랗게 소리를 내요 실금이 돼요 한 번 들어간 빛은 되돌아 나오지 않아요

노래 불러요 음이 생겨요 오른손을 잡히면 왼손을 다른 이에게 내밀어요 행렬이 돼요

목소리 없이 노래 불러요 허공으로 입술을 만들어요 언덕을 올라요 언덕은 없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어요 새의 발이 가득해요 발꿈치를 들어요 첫눈이 내려올 자리를 만들어요

흰 천을 열어 주세요 뿔이 많이 자랐어요 무등을 태울 수 있어요

무거워진 심장을 데리고 와요

광화문글판 선정회의 ; 1991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광화문글판 겨울편 문안이 선정되었다. 7명의 선정위원(곽효환 시인, 김행숙 시인, 이슬아 작가, 이승우 소설가, 이정화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장재선 문화일보 부국장, 장진모 교보생명 전무)이 접수된 문안(총 518편)을 대상으로 토론과 투표를 진행하였고 이후 교보생명 브랜드통신원의 선호도 조사와 내부 논의를 종합하여 이원의 시 「이것은 사랑의 노래」를 최종 문안으로 선정하였다. 이번 문안은 새해, 새 시작을 기다리는 이들의 설레는 마음을 잘 표현하여 우리가 원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발꿈치를 들고 마주하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와 함께 자신의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배려와 여유를 갖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광화문글판 겨울편은 11월 27일부터 광화문과 강남 교보타워 등 전국 7개 사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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