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시작은 ‘BTS’나 ‘블랙핑크’가 아니라 ‘임영웅’이었다. ‘중통령(중년들의 대통령)’ 임영웅. 그의 콘서트 암표가 3백만 원을 훌쩍 넘는다든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모인 5060 팬덤들이 그를 ‘영웅님’으로 부르며 “같은 목적으로 만나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며 삶의 이유를 찾는다. 건강이 안 좋고, 우울증을 앓았던 분들이 이 방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회복하기도 했다”(문화일보, 2023.11.01.)는 ‘간증’에 가까운 에피소드가 일간지에 소개되는 일까지 이제는 더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최근 SNS에서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싱생송’이 그린 ‘임영웅 콘서트 후기 만화’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만화에는 작가 할머니가 콘서트에 참여해 경험한 놀랄만한 기쁨의 순간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수줍음 많던 할머니가 딱 3초 동안 무대 가까이서 임영웅을 봤던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물론 집에 돌아와서도 콘서트 분석 영상과 후기 브이로그까지 섭렵하며 여운을 즐기는 장면도 담겨 있다. 3시간 넘는 공연 내내 “대장 내시경 약 맛 없다고 거르지 마시고 건강검진 받으세요” 같은 말을 하면서 중년 팬들과 소통하는 임영웅의 매너도 인상적이지만 공연에 참석한 팬들을 보며 “순수하게 행복한 어른들이 가득한 공간… 어쩐지 신기하고 나도 좋았다”는 손녀 싱생송의 감상평까지 보고 있노라면 이제 ‘팬덤 문화’는 한국 사회에서 특정 세대에 국한된 또래문화 혹은 단순한 ‘덕질’의 경계를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팬덤’은 그 자체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중심으로 팬들 간의 연대와 새로운 친밀성을 확보하고, 긍정적 자아 정체성 형성은 물론 사회적 효능감을 매개하는 중요한 플랫폼의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정치 팬덤, 아이돌 팬덤, 임영웅 팬덤, 문학 속에 등장한 팬덤 등 ‘팬덤문화’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들을 살피고 그것의 사회·문화적 역할과 가능성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 ‘메타 덕질’에 함께해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