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미술의 만남
의심의 소녀

  • 문학과 미술의 만남
  • 2024년 여름호 (통권 92호)
의심의 소녀

유람과 유랑, 캔버스에 아크릴릭, 82.3x27.5cm, 2018

 

의심의 소녀

범네의 흰 얼굴은 월광을 받아 처창悽愴*히 보인다. 백설 같은 담요를 두르고 오슬오슬 떠는 모양, 감기에 걸린 것 같다. 범네도 떠는 목소리로 인사를 마치고 옹의 손을 잡고 차박차박 걸어 뱃머리에 오르다가 고개를 돌리며 둥글고 광채 있는 눈으로 동리 사람들을 한 번 더 본다…….

밤은 깊어 사방이 적막한데 옛적부터 거의 억만 년의 비밀을 담은 대동강 물이 고금古今을 말하려는 듯이 가는 물결 소리를 낸다. 배 젓는 노 소리는 지긋지긋 철석철석 심야의 적막을 깬다.

- 김명순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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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슬픈 모양

 

 

김명순 | 소설가, 시인, 언론인, 배우, 1896~1951

시집 『생명의 과실』 『애인의 선물』,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 「칠면조」 「외로운 사람들」 「탄실이와 주영이」 「돌아다볼 때」「손님」 「나는 사랑한다」 등

 

방정아 | 화가, 1968년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서대학교 IT&영상 전문대학원 영상디자인과 졸업,

개인전 23회(금호미술관, 부산 공간화랑, 자하미술관, 트렁크갤러리, 대안공간 풀 등) 및 단체 초대전(부산리턴즈/F1963 석천홀, 아름다운 절 미황사/학고재갤러리, 두 엄마/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김혜순 브릿지/트렁크갤러리, Korean Art 1965~2015/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등) 다수

 

김명순